「선비와 호랑이」라는 제목으로
충청남도 예산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각색하고 나니,
두 번째 이야기도 호랑이를 주제로 하고 싶어졌다.
두 번째 호랑이 이야기도 예산군 대술면,
나의 고향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.
호랑이는 어릴 때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
자주 등장하는 단골 주인공이다.
어느 날은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었는데,
꿈에서 호랑이가 나왔다.
“으르렁” 하고 포효하는 바람에 놀라서 잠을 깨어보니
호랑이 울음소리는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였다.
어머니가 내게 들려주시던 것처럼,
나도 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.
곶감 이야기랑 비슷한데 더 재미있다며 깔깔 웃는다.
호랑이가 바보 같다고…. 아이가 웃으니 나도 웃음이 난다.
매일 밤, 잠자리에 들면서 여덟 살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.
요즘 나오는 동화책에서는 호랑이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.
단군신화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었다.
내가 어릴 때는 동화책이 흔하지 않았다.
잠자리에 누우면 으레 어머니가 들려주시는
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들었다.
어느 날 마을의 비공식 유치원 선생님이
유치원을 정리하고 떠나면서 다섯 권의 동화책을 선물로 주셨다.
그 책을 외우듯 무한 반복해서 읽는 것이 유일한 독서였고, 놀이였다.